매터호른을 보기 위해 느지막이 Zermatt를 찾았지만 날씨도 흐린 데다가 비도 올 것 같았어요.
멀리서 산 꼭대기나 사진으로 찍겠다는 소박한 희망을 안고 Interlaken에서 기차를 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Zermatt 역에 내리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매터호른 산의 정상을 촬영하는 것은
불가능했어요. 사실 매터호른의 방향도 분간이 되질 않았어요.
같이 온 집사님의 실망이 가득합니다. 우리는 다음에라도 올 수 있지만...
내일은 Geneva를 가기로 했으므로 그냥 씁쓸하게 돌아설 수밖에 없었어요.
집사님 부부는 이틀 후 미국으로 먼저 떠나고 우리는 남은 일정을 계속했습니다.
며칠 후 우리는 Zermatt를 다시 찾았습니다.
매터호른(Matterhorn)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 중 하나로, 스위스와 이탈리아 사이에 위치한 알프스 산맥의 일부입니다.
이 산은 특이한 피라미드 모양으로 유명하며 해발 4,478미터(14,692피트)에 위치해 있어,
이는 알프스 산맥에서 가장 높은 산 중 하나입니다.
사람들은 스위스의 매터호른 산이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Logo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미국 유타주의 Ben Lemond 산 입니다.
이 회사의 창립자 호드킨이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을에 있는 산이라고 하더군요.
이 마을은 차량 통행이 금지된 곳으로, 차량이 다니지 않는 길에는 Zermatt 전용 taxi 만 다닙니다.
산골 비탈진 곳에도 Hotel이 있었고, 이 험한 곳까지 가방을 끌고 오려면 힘들겠구나 걱정했었는데 전용 taxi 가 있었어요.
매터호른 주변에서는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거의 허물어져 가는 목조건물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집들은 수백 년 이상 된 것처럼 보입니다.
거의 폐허처럼 곧 쓰러질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아직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었어요.
이런 건물을 '미르(Mir)' 또는 '미르마(Mirmar)'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러한 미르들은 예전에 목축이나 농업과 관련된 용도로 사용되었던 건물들로, 스위스 알프스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건물들은 지금은 역사적인 명소로 여겨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Gornergrat역에서 train을 타고 매터호른까지 30여 분 걸립니다.
Train을 타고 오른쪽 좌석에 앉아야 매터호른이 잘 보인다고 했지만 오른쪽이나 왼쪽이나 꼭 같습니다.
정상에 있는 종착역까지는 서너 개의 중간 역이 있지만 눈에 덮여 있어 타고 내리는 승객이 없습니다.
정상에서 보니 매터호른은 아직도 구름에 싸여 있습니다. 5월이기 때문에 이곳은 아직도 겨울입니다.
벌써 두 시간을 기다려도 정상은 우리들에게 깨끗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마침 싱가포르에서 왔다는 아가씨 둘도 구름에 가려서 정상이 보이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이 것을 보러 휴가를 왔다는데 아쉬웠던지 막차를 타겠다며 우리가 떠날 때까지 버티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Hotel 창문으로 매터호른이 찬란합니다.
어제와 달리 날씨는 화창합니다. 멀리 산 정상이 햇빛에 황금빛으로 보입니다.
우리는 냇물을 따라 매터호른을 향하여 tracking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을 못 보고 떠난 집사님 생각에 미안하기도 하고 괜히 마음이 울적합니다.
아직도 잔설이 희끗희끗하게 여기저기 남아 있고 소와 양들이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입니다.
띄엄띄엄 농가도 보입니다. 어디선가 뻐꾸기도 울고 있습니다.
평화스러운 경치입니다.
언덕 위의 집...
걱정 소리 없고 구름 한 점 없는 그곳에 나의 집 지어 주
언덕 위의 집, 노루 사슴이 뛰어놀고
걱정 소리 하나도 들리 잖고 구름 한 점이 없는 그곳...
매터호른이 멀리 보이는 마을 어귀엔 벤치가 여럿 있습니다.
산 정상을 감상하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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