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일에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표의 영장 심사가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영장 심사를 담당할 판사의 성향과 과거의 판결을 고려하여 각 정당은 결과에 따른 전략을 짜기에 분주합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야당 대표의 구속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앞에 둔 더불어 민주당과
영장심사가 기각되면 여당에 불어 닥칠 후폭풍에 온 정가는 폭풍 전야와 같습니다.
물론 법에 따른 결과가 정의롭게 이루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나라는 법이 지배하는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즉 정의가 실현되는 법치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서양의 정부 청사나 법원 건물에는 어김없이 정의의 여신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법원 중앙홀에도 정의의 여신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신상은 서양에서 흔히 보는 정의의 여신상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서양의 '정의의 여신' 디케는 보통 입상(立像)으로, 두 눈을 헝겊으로 가린 채, 한 손엔 저울을,
다른 손엔 칼을 들고 있습니다. 눈을 가린 것은 불편부당한 재판, 공정한 재판을 의미합니다.
어느 쪽도 편들지 않고 재판하겠다는 것입니다.
칼을 든 것은 정의의 실현을 의미합니다.
저울이 기우는 것은 불의한 판단을 뜻합니다.
여신은 그 순간 칼을 휘둘러 정의를 실현합니다.
곧 서양의 정의의 여신상은 공평한 재판과 정의의 실현을 상징화한 것입니다.

칼과 저울이 상징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정의는 준엄하게 심판해야 하며, 또한 공정하게 심판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정의는 결코 사람을 보고 판단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가 권력자이든, 부자이든, 가난한 자이든, 정의는 그가 누구인지에 의해 판결을 굽히지 않아야 합니다.
눈을 가리거나 눈을 감은 것은 법은 선입견이 없음을 상징합니다.
이런 의미로 현대의 정의의 여신은 눈이 가려진 채 검과 저울을 들고 서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의의 여신상은 눈을 뜨고 있습니다.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습니다. 법전에 의존하여 정의를 구현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까지도 찾아내고 보호하겠다는 뜻입니다.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검이 아닌 법전을 들고 있고 눈가리개도 없이 눈을 뜨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신분을 보고 판결을 내리며, 검으로 단호하게 불의를 심판할 마음도 없고,
품에 안은 책은 법전이 아니라 족보일 것이라고 풍자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정의의 여신상이 왜 눈을 뜨고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는 것인지 알 것도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장 심사에서는 부디 정의가 실현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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