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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다반사

구덕 운동장의 추억

by Hyungraecho 2023. 11. 15.

부산 구덕 운동장은 1928년에 개장되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운동장 중 하나입니다.
일본식 경마장으로 시작하여 한국 전쟁 이후에는 부산 공설 운동장으로 변모하였습니다.
현재는 부산아이파크 축구단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당시의 구덕 공설 운동장은 메인 스타디움이 있는  제법 구색을 갖춘 종합 경기장이었습니다.
정문 입구에서부터 왼쪽엔 정구장, 오른쪽엔 야구장이 있었고 계속 쭉 올라가면 메인 스타디움이 있어  그곳에서 
육상과 축구 경기를 했습니다.
야구장을 오른 쪽으로 끼고 미군 지프차가 다니는 길을 따라가면 수영장이 있었습니다.
 
한 때 부산 구덕 운동장은 미군이 주둔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미군은 부산의 다양한 지역에 주둔했고,
구덕 운동장 또한 그 중 하나였습니다. 
야구 경기가 있는 닐이면 미군들이 철조망 펜스 너머에서 야구 경기를 구경하곤 했습니다.

 
당시엔  야구팀이래야 중학교는 경남중, 대신중, 부산중, 개성중, 대동중이 있었고  고등학교팀은  경남고, 경남상고,
부산고, 부산상고가 있었습니다.
경남고의  박영길과 부산 상고의 김응룡선수가  당시  유명했습니다. 당시에 어우홍씨가 부산상고의 감독으로 있었지요.
국민학교 동창인 강병철은 대신중, 부산상고를 나와 롯데 감독을 했습니다.
이 선수들은 한국 전력의 전신인  남전의 야구 선수로 활약하다가 후에  프로 야구 발전에 공헌하게 됩니다.

 
매년 여름에는 재일 교포 야구팀이 고국을 방문하여 한국의 고교 야구팀과  친선야구 경기를 하였는데 꽤 인기가
많았습니다.  우리 코흘리개들에게 가끔 야구공이나 배트를 던져 주기도 했지요.

 
당시  '구라운도'(Ground) 는..... 그때는  third baseman을 '사도'라고 했습니다...... 시멘트 블록으로 담이 둘러져 있었는데 우리들은 담치기를 하여 공짜로 구경을 하곤 했습니다.
운동장을 삥 둘러 쳐진 시멘트  담을 넘기란 우리에겐 식은 죽먹기처럼 간단했습니다.
 
내가 주동이 되어 야구를 구경하고 온 다음 날, 칠판에 내 이름과 함께 친구들 이름이 써져 있었습니다.
선생님께 혼이 난 것은 물론이지요.
그 후엔 다른  친구들과는 담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내 친구 '국'이만 빼고...
 
내 친구 '국'이는  국민학교 1학년부터 지금까지 친구입니다.
바로 이웃집에 살다가 지금은 너무 멀리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그는 사범대학에서 불어를 전공하고 고등학교에서 오랫동안 교장 선생님을 하다 은퇴하였습니다.
 
아래, 윗집에 살았으므로 항상 단짝으로 어울렸습니다.
등하교 때 '국'이와 가끔 군것질로 사 먹던 우유 과자가 생각납니다. 
 

'국'이의 부친은 시청의 고위 공무원이었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국어 책을 잃어버린 ''국'이를 위해 손수 자필로 국어 책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에 어린 나이임에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50년대 당시의 국민학교 국어 책 교과서에서 보던
철수와 영희가 떠오릅니다.
 
철수: 영희야 나하고 놀자.
영희: 철수야 나하고 놀자, 바둑아 이리 와 너도 같이 놀자.
 
 
우리는 동네 친구들과 가끔 편을  짜서 야구 놀이를 했습니다.
항상 달구지를 끌고 다니던 태인식이, 주로 내야수를 보던 이동수, 퍼스트 이병길이...
정흥, 명효한... 그 친구들 지금은 무얼 하는지....
 
어릴 때도 성격이 무던했던 '국'이는 어떤 포지션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국'이는 또래에 비해 덩치가 커서 주로 캐처를 맡았습니다.
우습게도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것은 선생님에게 불려 나가는 '국'이의  뒷모습입니다.
 
사복 차림으로 휴가 나왔다가 헌병에게 잡혀 수경사로 끌려가서 헤어진 후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지난번 한국 방문에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옛날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야구장에 마지막 갔던 때가 벌써 50년 전이군요.
이제는 옛날의 구덕 공설운동장은 나의 희미한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내가 이곳에 온 지 벌써 45년, 그 후로부터 San Francisco Giants 열렬한 팬이 되었습니다.
구덕 공설 운동장에서 담치 기하며 야구를 보러 다니던 그때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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