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면 Novato와 Vallejo를 잇는 37번 highway가 있다.
4개 county를 서로 연결하는 20마일 정도의 2차선 highway인데,
이 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음의 길(Blood Alley)이라고 불리었다.
중앙 분리대가 없어서 사고가 났다고 하면 완전히 길이 막혀버려서
그 좁은 길을 구급차가 뚫고 들어갈 수도 없고 항상 helicopter 신세를 지지 않으면 안되었다.
길을 더 넓히거나 중앙 분리대를 설치하는 것이 해결책이었지만
이 방안은 환경운동가들의 격렬한 반대에부딪혔다.
그들의 주장은 이러했다.
길을 넓히면 marshland 가 줄어들고 그렇게 되면 그곳에만 서식하는 salty harvest mice 라는
쥐새끼들의 서식처가 훼손되는 것이 첫째 되는 반대의 이유이고
중앙 분리대를 설치하게 되면 쥐들이 양쪽으로 오고 가지 못하고 차에 치여 죽는다는 것이
두 번째.
그러므로 결국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환경보호운동가들의 반대에 부딪힌 당국은 이 문제를 놓고 오랫동안 해결책을 강구하였지만
뾰족한 방안은 나오지 않고 사고로 사람만 계속 죽어 가고 있었다.
보통 한 해에만 그곳에서 6-7명이 사고로 죽어 나갔으니 blood alley라고 부를 만도 했다.
이때에 아버지가 발 벗고 나섰다. 그의 18살 된 아들이 그곳에서 사고로 죽었는데
그는 더 이상 고귀한 생명이 쥐새끼들 살리자고 죽어나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사람도 환경운동가들의 고집은 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1995년에야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었다.
어떤 사람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앙 분리대 아래쪽에 쥐들이 양쪽으로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을 내는 것이었다.
지금은 이 길은 우리의 멋있는 드라이브 코스가 되었다.
노을을 바라보면서 늪지대를 가로질러 드라이브를 하는 멋이란....
이제는 조마조마하면서 손에 땀을 쥘 필요도 없다.
오래전에우리나라의 천성산도롱뇽과여승이 생각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환경운동가라는 사람들은 비슷한 것 같다.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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